본문 바로가기

하루 하나씩

오랜만에 느끼는 무기력한 감각

그동안 바쁘게 살았다.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지 버둥버둥대면서 무엇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열심히였다.

몇 가지 일이 마무리되고 내 몸이 붕 떠버렸다.

할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약간 늦잠을 자도 괜찮아져서 평소보다 더 자는데, 자도 자도 잠이 모자라다.

이상해서 계속해서 잠을 자보았다. 오후에 낮잠을 4시간 자고 평소처럼 또 잠에 들어도 아침에 더 자고 싶다는 욕망이 몸을 짓누른다.

 

어제는 정점을 찍었다. 

비가 오던 날 집에서 일을 하려는데 아.. 아무것도 하기가 싫더라.

무의미하게 유튜브 메인화면을 새로고침하며 좋아하던 채널의 영상도 1분을 넘기도록 집중해서 볼 수 없었다.

차라리 게임을 한바탕 하고 나면 나아질까 하는 생각에 해보았으나 머릿속엔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시간이 아까운데.. 자괴감 든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은 처리하면서도 내 기분은 그대로 나아지지 않았다.

자꾸만 현재 상태가 형편없이 느껴지고 늪으로 빠져버리는 이 기분은 너무나도 불쾌했다.

 

이럴 때마다 내가 ADHD인가? 생각도 드는데 목표를 잃었을 때에만 이렇고 평소엔 멀쩡하다.

그렇다 내가 위와 같은 행동과 느낌을 가질 때 공통점이 있다.

1. 비가 온다

2. 결정을 못할 때

3. 목표를 잃었을 때

4. 집에 있을 때

 

1번은 어쩔 수 없고

4번은 집을 나오면 된다.

너무 편안한 공간이라서 집중이 분산되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집을 '극 미니멀라이프'로 만들어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한 번에 하기에 무리가 있고, 집 자체는 깔끔한 편이라 물건 하나 없다고 과연 집중할 수 있을까 싶다. 그냥 집 밖을 나서는 게 가장 빠름.

2번은 완벽주의에서 나오는 내 행동패턴 중 하나인데,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하나 빨리 시작해서 진행하는 것이 성격에 맞다는 걸 깨달아서 많이 고쳐지는 중이다.

3번은 현재 가장 큰 문제이다. 

자랑스럽게도 난 일을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아서, 맡은 일과 시키는 일을 야무지게 해도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는 게 문제이다. 오늘도 잘 살았다! 의 느낌은 개인 프로젝트에서 나오는데, 그게 지금 뭉게구름처럼 흩어져버렸다. 목표상실!

천천히 되새겨보자

 

~개인 프로젝트~

1. 일본어 공부

일본 여행도 계획되어 있고, 맨날 보는 애니메이션과 매일 듣는 일본노래를 자막 없이 보고 싶다. 나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가장 먼저 처리되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을 보았지만 아직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노래도 마찬가지. 그동안 언어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놓아주었는데, 적어도 여행 가서 읽을 수 있고, 간단한 의사표현과 상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은 되고 싶다.

2. 디자인샵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난 나만의 무언가를 가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래 혼자서 꼼지락 하다 보니 만족의 영역이 넓어진 것 같다. 멋진 누군가가 내가 만든 것을 소중하게 사용하는 것. 기쁠 것 같다.

이게 볼륨이 너무 큰 일이다 보니 작은 일부터 시작하고 싶은데, 작은 일은 만족이 안되어서 문제다(ㅋㅋㅋ)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있는데, 판매까지의 과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천천히 생각해 보자.

3. 드루이드

뜬금없지만 숲과 나무를 좋아한다. 

내 디자인샵에는 자연이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현재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고 얼마 전에 시험이 끝났다. 이 무기력함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공부와 일을 미친 듯이 병행하다가 얼렁뚱땅 끝마치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가서 탱자탱자 놀다가 현생에 복귀하니 길 잃은 어린양이 되어버림.

지금은 방학이라 여유가 생겼는데 점수가 몹시 괜찮지 않다. 진짜 심각. 

 

일단 무언가 하더라도 일과 병행해야 하니 많은 걸 할 수 없다. 

3은 잠시 쉬고 1과 2를 어떻게 삶에 녹여서 습관처럼 할지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