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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Routine 그동안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때에 따라 먹고 싶은 걸 먹고. 계획 없는 생활이 처음엔 불안했지만, 때에 따라 내 몸이 원하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니 하고 싶은 게 무지 많아졌다. 그러나 많은 걸 하려니 시간이 부족했다. 때에 따라 몸이 이끌리는대로 하려니 모든 게 느리고 더뎠다. 이제는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필요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을 차곡차곡 적었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걸 한 곳에 모아두니 어렴풋이 감이 온다. 달력 앱을 열어 반복적으로 해야할 일의 시간을 정해 계획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이 너무 오랜만이라 .. 더보기
발이 묶여버린 미래를 바라본다. 다가올 날을 미리 대비하는 것은 혹시나 모를 실수를 줄이고 더 완성도 있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짐작해 버리고는 포기해버리거나 끝없는 고민의 굴레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갖가지 아이디어와 샘솟는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다. 어떻게 진행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는 가장 좋은 답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게 나의 미래라면, 내가 될 모습이라면, 가장 좋은 답을 찾아내기가 무척 어렵다. 떠오르는 모든 걸 하고 싶지만 하나의 몸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싶다. 허나 그렇게 하기엔 진행하지 않은 나머지 하나가 걸림돌처럼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더보기
아무것도 무기력증에 빠졌다. 이 현상은 몇번이고 나를 찾아오지만 매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제는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 게임은 즐기며 하기에 좋은 취미이지만, 지금처럼 정신이 혼란할 때 하면 독약이 따로 없다. 더욱 무기력해져서 재미있지도 않은데 계속해서 게임만 하게 된다. 늦은 밤 잠에 들고, 아침이 되었지만 일어날 힘이 없다. 체력이 없진 않을텐데 일상을 보낼 기력을 단지 일어나는 것 하나에 전부 소진해버린 느낌이다. 잠이 오지 않지만, 알람을 미루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할 일은 분명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단순한 쾌락만 쫓게 된다. 눈꼽이 잔뜩 낀 뿌연 눈으로 유튜브 이것저것 눌러보다 잠마저 깨버렸다. 누워있는 게 더 이상 편하지 않다. 온몸이 쑤시지만 참고 참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더보기
읽기에 거리가 먼 사람이 서점에 방문하는 것 우리 집엔 커다란 책장이 있었다. 그 안에 백 권이 넘는 동화전집에도 나는 좋아하는 책 몇 권만 돌려 읽는 아이였다. 펼치면 쩍쩍 소리가 날 정도로 날 것 그대로였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내가 읽는 5권 남짓한 책들은 닳고 닳아 책등만 봐도 찾아낼 수 있었다. 조금 더 자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에 빠져 본 걸 보고 또 보고 하도 많이 읽은 탓에 책등까지 뜯어져 책이 낱장으로 분리가 될 만큼 읽었다. 하지만 난 누군가 신화 속 등장인물에 대해 물으면 이름과 내용을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다. 응, 나는 조금만 긴 문장이 나오면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지 않고 후루룩 훑어본 뒤 어림짐작으로 넘겨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음악을 들을 땐 가사가 아닌 리듬에 몸을 맡기고, 일본 애니메이.. 더보기
주말이 가장 어려워 한 주를 같은 템포로 살다가도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흐름이 끊기고 만다. 나쁘게 말하자면 이렇고, 좋게 말하자면 새로운 이벤트가 생겨 일상과 다른 날을 보내게 된다. 폭풍속의 혼란이었던 나를 잔잔한 호수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아하는 카페에 홀로 나와 글을 쓰는 것. 휘몰아치는 생각들을 한자씩 적다보면 어느샌가 둥둥 떠다니던 생각은 정리가 되어 글이라는 어여쁜 형태로 곱게 자리잡아 편안함이 마음을 맴돈다. 이 기분은 마치 쇼케이스에 들어가기 전 가지런히 자리잡은 휘낭시에를 보는 것과 같다. 본론으로 돌아가 주말과 템포에 대해 말해보자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 이것이 현재의 가장 좋은 답변이라 생각한다. 주말이란 나에게 제약을 주던 모든 것에서 잠시 해방되고, 온전히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 더보기
나이트의 '한칸 건너뛰기' 비술 체스를 배우고 있다. 이번엔 분홍이가 80%의 실력으로 상대해 주는 판이었고, 고도의 집중력과 뇌지컬을 발휘해 승리하였다. 그전에 같은 80%에 진 경험이 있어서 이번 승리가 매우 기뻤다. 우린 그동안 간단하게 복기를 해왔는데, 오늘부터는 수첩에 기록해 정확하게 하기로 했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두기 시작했는데 수첩에 나의 나이트가 두 번이나 한 칸을 더 건너뛰어 이동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말의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아서 체스를 하는 순간순간마다 이동경로를 그려가며 움직인다. 그중 나이트가 가장 움직임이 독특해서 몇 번이고 계산을 한 뒤 이동하기에 잘못 움직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또 난 아직 기록까지 할만큼 체스에 능숙하지 않아서 분홍이가 체스를 두는 동시에 기록도 같이 해주었는데, 그래서인지.. 더보기
한가득 풀떼기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멀어져 추억을 만들러 가는 길 지하철을 타고 먼 거리를 가는 이유는 드넓은 자연의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정확한 목적이 정해져 있을 때 가끔 가는 길이 멀고 지루해지곤 한다. 핸드폰을 보며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다 잠깐 고개를 든 순간 유리창에 펼쳐진 풍경이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