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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나씩

있어보이기 대명절 설날을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여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또 더 나아가는 내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긴다. 조카가 영어에 관심이 생겼는지 본인이 하던 핸드폰 게임의 영어단어의 뜻을 물어왔고, 언니와 형부가 답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영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나는 그 모습에 작아짐을 느꼈다. 모두 다 아는 쉬운 단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영어라는 주제가 내겐 할 말 없게 만드는 무게감을 준다. 한편으론 생각했다. 내가 영어를 아주 잘해서 멋진 이모, 더 나아가 멋진 가족이 되고 싶다고 그러나 외국어가 현란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유전도 있다고 생각한다. 외가와 잘 모르는 친가까지 더해도 영어를 잘하는 가족을 본 적이 없다. 각 분.. 더보기
먼길로 돌아갈까? 이 책의 제목은 내 어릴 적 기억에 남아 있는 영어의 관용구에서 가져온 것이다. 하루가 이대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면, 누군가 말하곤 했다. "집까지 먼 길로 돌아갈까?" 차를 몰고 있든 걷고 있든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좀 슬렁슬렁 가보자, 시간이 천천히 흐르도록, 지금이 조금 더 길어지도록." 오래오래 계속 이어지도록. 금요일 오전,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고자 카페로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잠시 주춤했지만, 모두 금요일을 즐긴다는 생각이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에 따뜻하고 맑은 겨울이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에 비치되어 있던 책을 잠시 살펴보았고, 서 있단 사실조차 까먹은 채 깊게 빠져든 문구가 있었다. 특별하지 않던 책 제목이.. 더보기
머쓱 하하하 백수 잉여가 된 붐따올시다. 차분히 책상 앞에 앉아서 고뇌하거나 생각할 시간이 줄어든 걸 보면 꽤 편안한 인생을 살고 있나 보다. 요즘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 굉장한 계획을 세워도 스트레스만 줄 뿐이지, 좋아하는 일은 하지 말래도 하게 된다 생각하고 그렇게 매일을 계획 없이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욕구들을 쫓아서 살다 보면 분명 허무맹랑한 느낌과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싸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노트북을 들고 나와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아무래도 제대로 사는 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행복하고 올바르고 멋진 인생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 기준에 돈이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 .. 더보기
내가 원하는 공간 요즘 공간 재배치에 열정을 쏟고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1번은 효율적일 것. 동선이 어지럽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바로 꺼낼 수 있을 것 2번은 편안함이다. 공간에 지내는 동안, 티비를 볼 땐 티비만 편안하게 볼 수 있고, 잘 때도 에어컨 바람에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데스크에는 컴퓨터에 눈부시지 않게 간접등을 두는 것 3번은 절제이다.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에선 오로지 한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며 내가 가져온 무언가에만 몰두하는 이유는 주변에 나의 손길이 필요한 무언가가 없어서 인데, 집에 가면 일단 보이는 집안일이나 고치고 싶은 것들이 잔뜩이며, 무엇부터 해야 하지? 생각하다가 지쳐서 그냥 침대에 누워버리고 싶다. 딱 필요한 물건 외엔 바깥에 물건이 꺼내져 있지 .. 더보기
편안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백수가 된 지 벌써 9일째, 우선 주변을 정리한다는 것 외엔 아무 계획 없이 편히 쉬고 싶어서 며칠을 지내다 보니 벌써 11월의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주변을 정리하는 것도 반절도 채 하지 못했고, 아침엔 늦잠을 자고 잠만보처럼 하루에 12~14시간을 내리 자며 뒹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새삼 시간이 빨리 지나갔음을 느낀다. 가장 큰 욕구는 주변과 마음, 그리고 컴퓨터 속 데이터를 차곡차곡 내 마음에 들게 정리하는 과정을 하고 싶었다. 뒤죽박죽 멋대로 하는 방식으로 근 몇년을 일하다 보니 내 주변도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 꽤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갑자기 생각나는 일화는 난 일이 끝나면 파일을 제대로 확인하고는 바로 처분해서 책상 위에 필요한 것만 올려두는데, 그것이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 더보기
그냥 누워서 자는게 답이다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시거나 마음에 불편한 것이 있을 때 많은 것을 겪어 하루를 되돌아볼 때 이상하리만치도 잠이 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내 숨은 자리에 고여 아래로 무겁게 내려앉아 늪을 만든다. 쉴 새 없이 바쁜 눈동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갈 때 그냥 자고 싶은 내 마음은 매몰차게 내쳐진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고 후회되고 걱정되는가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잘 기억도 나지 않을 하룻밤 동안 살아있는 굳센 규칙들 - 어제의 고민, 최다 지분은 방 구조를 어떻게 할까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고작 방구조라는 단순함에 끝나지 않지만 그동안 어지러워진 보금자리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 느꼈다. 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더라. 공간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서 이 엄격한 인.. 더보기
눅눅해진 마음에 비가 내리고 조명의 힘은 대단하다. 주황빛으로 갓이 씌워진 전등 아래 앉아 있으니 울려 퍼지는 노래 또한 나라는 영화의 배경음악이 된다. 곧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그 과정에 오랜 시간 신뢰를 다지던 이들과의 관계도 어긋났다. 균열은 갑작스럽지 않았다. 조금씩 서서히 할퀴던 스크레치는 점점 선명히 자국을 내어 틈을 만들었고, 소중히 보관되던 마음은 줄줄 세어나왔다. 모두가 각자의 시선으로 서운함과 상대의 부족함을 외치던 때에 나는 집에 돌아와 울고 웃고 한참을 털어내다가 문득 돌아보니 깨끗하게 정리된 방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우뚝 서 있는 나 견고하게 성장한 것이 기특하다. 담담하게 의사를 밝혔다. 망치질에 무기는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지듯 과정 속에서 나의 다짐은 확고해졌다. 더보기
마음의 색깔은 오렌지 가끔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친절을 보여주었던 고마운 사람들, 별 거 아니지만 그것이 행복이었던 추억, 혼자서 그때, 그 사람을 생각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짓지만 연락하기겐 너무 지나가버린 시간에 추억으로 남기고는 현재를 살았다. 갑자기 떠오른 메신저 새 창, 낯설지만 아는 이름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상대도 나와 같은 추억을 갖고 미소를 지었다는 생각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란 생각에 아름다운 추억 한켠에 자리 잡던 쓸쓸한 마음이 이제는 그저 한 가득, 깊고 달콤한 온기로 뭉개 뭉개 부풀어 몽글몽글 피어난다. 나를 잊지 않았구나. 그대에게도 그때가 아름다웠구나. 기쁨이 물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