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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나씩

아무것도

무기력증에 빠졌다.

이 현상은 몇번이고 나를 찾아오지만 매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제는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 

게임은 즐기며 하기에 좋은 취미이지만, 지금처럼 정신이 혼란할 때 하면 독약이 따로 없다. 

더욱 무기력해져서 재미있지도 않은데 계속해서 게임만 하게 된다.

늦은 밤 잠에 들고, 아침이 되었지만 일어날 힘이 없다.

체력이 없진 않을텐데 일상을 보낼 기력을 단지 일어나는 것 하나에 전부 소진해버린 느낌이다.

잠이 오지 않지만, 알람을 미루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할 일은 분명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단순한 쾌락만 쫓게 된다.

눈꼽이 잔뜩 낀 뿌연 눈으로 유튜브 이것저것 눌러보다 잠마저 깨버렸다. 

누워있는 게 더 이상 편하지 않다. 온몸이 쑤시지만 참고 참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하루를 시작할 기운이 없다.

 

오늘따라 유독 집이 어둡다.

물을 주지 않아 시들어 버린 가지를 잘랐다.

감지 않은 머리를 모자로 감추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바쁜 일도 없지만 무언가에서 도망치는 심정으로 마음이 조급했다.

카페에 도착해 커피를 주문했다. 어떻게 카페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멍하니 매장을 바라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구석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러곤 노트북을 펼쳤다.

'무기력증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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