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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알레르기, 입원 및 검사 후기 1 : 서론 및 통원치료

 

난 지독한 알레르기 인간이다.
약물 외에도 다른 알레르기들이 존재해서 그토록 좋아하는 고양이는 만져보지도 못하고, 일주일에 두 번 침구청소기를 돌려야 하며, 맛있는 소고기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등 피곤하고 깔끔한 인생을 살고 있다.
약물 알레르기는 두 가지가 있다. 진통제와 항생제.
진통제는 어릴 때부터 여러 차례 확인해서 어떤 계열에 어느 정도로 알레르기가 있는지 거의 확실한 상태다. 그도 그럴게 누가 봐도 '이 사람 정상이 아닌데?' 정도로 몹시 편찮아지기 때문.
문제는 항생제였다. 분명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몸이 가렵고 불편해서 부작용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겉으로는 아무 티가 안 나고 있어 봤자 작은 두드러기 정도였다.
약이라는 게 일단 기본적으로 어딘가 아플 때 먹는 거라서 약 때문에 온 부작용인지, 그냥 내가 아파서 그런 건지 불분명했고 더 나아가 약 때문에 고통받는 거라면 아픈 거에 더하기 약부작용으로 더 힘든 거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참 힘들었다.
 


호흡기알레르기내과에는 그전부터 다니고 있었다.
2-3달 주기로 병원에 가서 몇 가지 검사와 약도 처방받으며 약 알레르기 외에도 다른 알레르기에 대한 내 상태를 체크했다.
기억에 남는 검사를 적어보자면
1. 피검사
피검사로 항생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정확도가 꽤 높은 편이었으나 100%는 아니라서 정밀검사를 생각해보아야 했다.
 
2. 폐 CT 
옷을 벗는 과정에 카드를 잃어버릴 뻔해서 아주 기억에 남는다. 아찔 그 자체
 
 

3. 알레르기 피부 검사
10종 검사이고 사람마다 검사하는 항목이 다르다고 한다. 팔 안쪽에 각각의 용액을 떨어뜨린 뒤 바늘로 얕게 상처를 낸다. 약간 따끔한 정도이다.
나의 경우에 진드기 여러 종과 강아지, 고양이, 꽃가루 라고 했다. 결과는 꽃가루 제외 아주 파티였다 파티. 겨드랑이까지 발진이 올라와서 가려워 미치는 줄 알았다.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이면 미리 아이스팩을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
가장 심한 건 진드기였다. 고양이가 제일 심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대왕보스가 있어서 당황했다. 
전에 동네 병원에서 피 뽑아서 하는 검사도 했었는데, 직접 피부에 하는 검사가 더 정확하다고 한다. (그때 강아지 알레르기는 안 나왔었다.)
 
4. 폐기능검사
코로나 검사 필수, 입에 기계를 물고 의사 지시대로 숨을 쉰다. 보통 빠르고 강하고 길게 내쉬는데, 그걸 여러 번 반복해서 약간 어지럽고 끝난 뒤에 진이 빠진다. 
진통제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큰 확률로 천식도 있다고 한다. 처음 교수님과 대화 때 천식은 없냐, 숨 쉬기가 어렵진 않냐고 물었었다.
평생 천식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다들 마스크 끼고 생활하면 숨쉬기 어렵다고 하고, 좀 스트레스받으면 가슴이 답답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짜잔! 천식입니다.
그러고 나니 평소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특히 남자친구와 얼굴을 가까이할때 서로의 숨이 교차되는데 난 그게 숨 막혀서 힘들었었다. 이후 처방받은 흡입기를 사용했고, 점점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답답한 증상이 사라져서 신기했다. 
 
금액은 갈 때마다 기본 10-20만 원은 생각해야 될 것 같다. 대학병원이라 돈 나가는 게 우습더라 ㅎㅎ.. 실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