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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알레르기, 입원 및 검사 후기 2 : 괴로운 입원 1일차

제일 무서웠던 시나리오는 내가 항생제 알레르기가 있고, 전신이 가려운 건 알레르기 반응이 터지기 전 전조증상이며, 위급하고 아픈 상황에 항생제를 썼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터져 나와 생명에 위급한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정말 무섭고 끔찍하며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대충 확률로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약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부터 낮은 확률에 배팅된 인간이라서.. 무튼 그렇게 날짜를 잡고 입원을 했다.

 

 

예정된 날, 오후 3시에 입원수속을 밟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응급환자를 우선으로 입원시키기에 당일에 입원을 못할 수도 있다고 들어서 K-직장인은 불안했지만 다행히 늦은 시간에 입원을 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간단한 조사(키, 몸무게, 질환 등등)를 받고 병실에 들어갔다. 기본 4인실이었고 지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으면 피를 뽑으러 오는데 간호사님이 한 손 가득 많은 양의 통을 들고 오셨다. 

 

피검사

많은 양이 필요해서 한 번에 다 뽑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조금 무서웠지만 어찌어찌 한 번에 가능했다.

손목에서 뽑았고, 누워서 피 뽑는 쪽을 쳐다보지 않았는데 손에 피가 사방팔방 튀었는지 알코올솜으로 손을 닦는 손길이 느껴졌다. 

다 뽑고 나니 몽롱하고 맹-해져서 간호사님이 말하는 걸 못 알아들어 다시 물어봤다.. (말하는 걸 듣고는 '네' 대답했는데 머릿속에 내용 입력이 안된 신기한 경험)

나중에 보니 팔뚝에 실핏줄이 터져서 멍들어 있었다. 하하

 

✱심전도검사

검사실에 도착하면 침대에 누워 가슴팍에 이것저것 붙여 기계와 연결한 뒤 검사를 한다. 엄청 금방 끝났다.

 

폐사진

씨티인가 뭔가를 찍는데, 통원치료할 때랑 다른 곳에서 촬영을 했다. 좀 더 라이트 한 버전인 것 같은데 이것도 빨리 끝났다. 피 뽑고 찍은 터라 조무사님?을 따라 맹-하게 있었다.

 

소변검사

종이컵 2개가 할당량이다. 

 

폐기능검사

전에 했던 검사처럼 숨을 빠르게 들이마시고 내신 뒤 길게 내뱉는 것, 기계 속 공을 하얗게 표시된 부분에 유지하는 것 등등했고 추가로 30m를 왔다 갔다 평소 속도대로 걸으며 유지하는 것, 숨을 다른 형식으로 쉬는 것 등의 테스트였다. 중간에 흡입기를 사용 한 뒤 검사했다.

 

 

✱약물 알레르기 검사 - 피부 주사

몸통에 3개, 검지 손 끝, 팔뚝에 주렁주렁 바이탈기계(?)를 연결한 뒤 팔 안쪽에 주사액을 넣어 반응을 검사한다.

항생제 두 가지를 검사했고 대조군인 식염수였나? 총 3가지를 주사했다.

피부에 정말 얕게 소량 주사해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고 고통의 정도는 좀 아프고 소름 끼친다. 예전에 피부과 시술 중에 (리쥬란인가?) 피부에 포뜨듯이 약물을 주입하는 게 있다고 했는데 그런 느낌이다. 진짜 피부에만 반응이 있게 포 뜨듯이 주사하는데 고작 3방이라서 다행이지 여러 번 해야 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주사 후에 약물이 채워진 부분이 볼록하게 올라가 있다.

 

팔뚝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소량이라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고 그날 밤 11시에 눈 옆에 볼록하게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왔다. 1시쯤엔 허벅지에도 반응이 있었다. 간호사실에 말했고 지연성반응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약물 알레르기 외에 다른 알레르기도 있는 사람이라 이게 약물 알레르기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항생제에서 온 알레르기라면 팔뚝에 반응이 있을 법한데 주사한 팔뚝은 깨끗했다.

 

음식과 소변, 대변 체크

내가 먹은 것과 마신 것, 또 싼 것을 다 체크해야 했다.

특히 ml가 적혀있는 통에 소변을 봐서 얼마나 쌌는지 시간과 함께 기록해야 했는데, 감사하게도 남자친구(곧 남편)가 뒤처리까지 해줘서 할 수 있었다.

보호자가 없다면 한 손이 링거에 자유롭지 못하고 몸에 달린 줄(바이탈기계)이 주렁주렁이라 혼자서 하려면 꽤나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소변통 일회용 아님..)

 

검사까지 금식이었다. 

아침에 혹시 몰라 물도 안 마시고 있다가 오후 3시라는 연락을 받고 점심에 밥을 먹었는데, 3시에 들어가고부터 물도 안 먹는 금식을 했고 약물 알레르기 검사가 끝나는 시간까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대충 7시까지였다.

병원밥은 이미 끝난 시간이라 배달시켜서 먹었다. 1층에 편의점도 있다.

배달시킬 때 평소처럼 [일회용 수저 필요 없어요]에 체크되어 있었고, 결국 편의점에서 수저를 사야 했다. 하하 

 

병실은 창가자리라 그나마 괜찮았다. 는 아니!! 너무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에어컨이 고장인지 뭔지 바깥은 시원한데 병실만 더웠다.

덥고 답답한 것뿐만 아니라 주변 소음(고통스러워하는 소리라 더 신경 쓰인다)과 손에 달린 링거가 불편해서 힘들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첫날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