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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알레르기, 입원 및 검사 후기 3 : 입원 2-3일차 그리고 퇴원

 

입원을 하루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아.. 안돼..

2일 차

이제 먹는 약 검사를 한다고 했다. 오전에는 알레르기 반응이 없을 거라 예상하는 약, 오후에는 알레르기 가능성이 있는 약 총 2가지였다.

오전에 반응이 생기면 이후에 검사를 못하게 되어 처치 후 퇴원해야 된다고 안내받았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1차로 1개 → 2차, 2개 3차, 3개 

아마도..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잠을 못 잔 원인이 크다. 무튼 총 6개를 한 시간마다 경과를 지켜보며 먹었다. 오전엔 반응이 없었다. 예상했다.

 

오후엔 내가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한 항생제 아목시실린 계열의 약을 테스트했다.

반개부터 시작해서 시간마다 약을 늘려 총 두 알 정도 먹었는데  반응이 없었다.

원래 반응도 밤늦게 나타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으나 반 개 먹었을 때 나타난 눈에 생긴 작은 두드러기 외에 다른 반응이 없었다.  (원래 의심반응이었던 가려움도 없었음)

특이했던 건 심박수가 낮아졌다는 것. 60 아래로 내려가 계속 50대 왔다 갔다 해서 기계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특히 마지막 약을 먹었을 때부터 계속 떨어져서 심전도 검사도 받았다. 결과는 정상이라고 했던 것 같다.

 

2일 차부터 담당 선생님이 오셔서(어제는 다른 선생님이었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금식은 해도 물이나 액체류는 마셔도 된다고 들었다. 전 날 목이 마른데 물을 못 마셔 괴로웠었는데 좀 슬펐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좀 적어보자면 알레르기는 부모로부터 받아 유전적일 수도 있지만 후천적이기도 하다며 감작이 되는 것이 알레르기의 시작이라고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갑자기 고양이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도 그런 경우라고 한다.

나에겐 엄청 중요한 대화였다.

알레르기에 대해 병원마다 이야기가 달랐고 내 경우엔 중학생 때 진통제 알레르기가 생긴 것인데(그전까진 잘만 먹었다.) 병원 측에선 알레르기는 선천적이라 분명 태어났을 때부터 반응이 미미해서 그렇지 알레르기가 있었을 거라 했다.

 

병원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말하자면 그동안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괜찮을 거라 해서 처방받은 약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도 여러 번, 부작용에 대해 분명 이야기했음에도 같은 계열의 다른 약을 사용한 적도 있었고, 약국에서는 (실수였겠지만) 처방받은 약이 아닌 다른 약을 줘서 펑펑 운 적도 있다.(먹을 때 모양이 달라서 알아챔)

난 파스에 든 소량의 성분에도 반응이 있는데 물리치료받고 난 뒤에 갑자기 파스를 붙여버려서 열받아서 울기도 했다.(파스 안된다고 미리 말함)

 

갑자기 약물 알레르기가 생긴 사람이라면 말해주고 싶다.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약 먹기 전에 무조건 모양이 맞는지 확인하고, 병원에 가면 사람이 바뀔 때마다 부작용이 있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자주 가는 병원이라도 같은 의사, 약사라도 꼭! 꼭이다.

 

또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는 알레르기를 없앨 수도 있다고 했다. 

(설명 정확하지 않음) 항체를 정말 소량씩 주입해서 없애는 건데,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많이 요구된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최소 매주 병원에 와야 된다고 들었다. 쓸 수 있는 약이 하나도 없는 경우에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알레르기는 보통 접할 때마다 반응이 더 커진다고 한다.

가끔 알레르기는 계속 접하면 없어지니 더 접촉하고 해 보라는 말을 종종 들었었는데, 내 화남 포인트였다.

위에 없앨 수 있다는 건 의사 선생님이 환자가 알아듣기 쉽고 간단하게 해 준 이야기이고, 알레르기는 접할 때마다 심해지는데 이건 나도 경험한 것이라 장담한다. 그래서 항생제 알레르기 반응이 언제 빵! 하고 커질지 몰라 공포가 있던 것이다. 

3일 차

아스피린  

가루 소량 → 반알 → 한 개(한 시간마다)

아스피린은 알레르기가 있다.

위에서 말한 병원에서 이건 괜찮을 거라며 처방해 준 약이 아스피린이었고 먹고 알레르기 반응이 아주 잘 나타났다.

검사하는 이유는 확실하게 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엔세이드 계열의 가장 윗부분이 아스피린인데, 아스피린을 먹을 수 있냐 없냐에 따라 모든 엔세이드 계열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아스피린에 반응이 없다면 오후에 추가로 하위 엔세이드 계열을 먹어보겠다고 했다.

 

가루로 소량 먹었을 때 눈 아래에 툭 하고 반응이 왔다. 남들은 잘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두드러기인데 오랜만이어도 이 느낌이 진통제 알레르기에서 나타나는 반응임을 알았다. 눈이 뜨겁고 불편해 자꾸 깜빡이게 됐다.

반알을 먹었을 때, 이상하게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원래라면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 부르스를 치고도 남았을 텐데 멀쩡했다.

한 알을 먹었을 때, 목이 아팠다. 단순한 목감기랑 조금 다른 느낌이다. 목 하고 귀 사이의 어떤 부분이 헐고 고통이 느껴졌다.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에어컨 바람을 맞아서 그런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이 느낌은 너무 확실하고 오랜만이었다.

처음 알레르기를 겪었을 때 단순한 몸살, 목감기인 줄 알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간호사님께 설명을 했고 잠시 후 항히스타민제 주사와 링거액 속도 최대로! 맞았다. 간호사님은 만약 이게 알레르기반응이라면 잠시 후에 목의 통증이 사라질 거라고 했다. 그렇다 사라졌다. 하하

 

그렇지만 옛날과 비교하면 내 반응이 너무나도 작았어서 의사 선생님께 자연스럽게 알레르기 반응이 줄어들 수도 있는지 물었다. 

몇 개월 동안 통원치료를 하며 알레르겐을 조절하는 약을 꾸준히 먹어서 반응이 낮아진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어쨌든, 아스피린에 반응이 나와서 검사는 끝이 났다. 정확한 결과는 다음 외래 때 듣기로 했다. 

 

 

병원 안 식당은 죽이야기라는 곳밖에 없었다. 

금식이 끝나면 애매한 시간이라 병원밥을 못 먹어서 배달시키거나 저곳에서 사 먹었다. 

사진은 오징어였나.. 낙지였나 덮밥

 

 

 

퇴원준비

입원 전날 남자친구가 빵을 이것저것 사다 줬는데, 가장 마지막에 남은 딸기크림크로와상에 곰팡이가 폈다. 매일 금식할 줄 몰랐고 그것도 늦은 시간까지 금식할 줄 몰라서 먹을 걸 이것저것 간식도 싸갔지만 대부분 먹지 못했다. 금식하면서 크루아상 한입 크게 먹는 상상 했는데 곰팡이 펴있어서 너무 슬펐다.. 그렇다.. 병실은 더웠다..

 

금액이 얼마나 나올지 몰라서 퇴원하자마자 보험청구할 생각으로 첫날부터 진단서에 대한 이야기를 간호사실에 전달했다.

간호사실 인원은 계속해서 바뀌고 혹시 몰라 다른 간호사님께도 여러 번 전달했는데... 그렇다 전달이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다음 외래 때 청구해야겠구나.. 생각하고 퇴원수속을 밟으며 결제를 하는데.. 진단서가 무조건 필요했다. 

어찌어찌 겨우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와 비슷한 이유나 약물 알레르기로 입원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추가로 적어본다.

✱검사는 간호사실 옆에 가까이 붙어있는 곳에서 진행되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서 보낸다.

시간 때울만한 걸 가져가면 좋은데 생각보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또 내 경우엔 수술실에 실려갈 때 사용하는 간이침대? 같은 거여서 등받이가 수동이고 책상도 없었다.

따라서 아이패드를 챙겨갔지만 그조차도 걸리적거렸다. 그래서 그냥 잠을 자거나 보호자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쪽 귀에 에어팟 끼고 소리만 듣는 것도 나름 도움이 됐다. 

✱알레르기 반응이 얼굴에서부터 나타나는 편이라 거울을 챙겨갔다. 또 물을 계속 마셔야 해서 텀블러를 가져간 게 편했고, 목베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보험청구가 급하다면 간호사실에 진단서에 대한 이야기를 더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