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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나씩

신기한 만남과 인연

업무전화를 하며 또 다른 업무를 처리하러 가던 중에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사진 한장 찍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의 말에 중요한 통화 속 목소리는 뭉개져버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짜증 났을 일이다.

그런데 도움을 청해오던 이가 이상하게도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잠시만요." 라는 말과 함께 업무 전화를 마치고 그분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했다. 엄마와는 연령대도 다르고 엄마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것 같지도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엄마가 혼자서 누군가에게 부탁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친절하게 부탁을 들어드리고 싶었다. 

숲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찍어달라는 말이 공감이 되었다. 잘 찍어주려고 노력했다. 숲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니까.

여러 장 찍어드리고 난 뒤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명함을 주고 싶은데 지금 놓고 왔다는 말에 서로의 번호를 교환했다. 그러면서 이름과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 나누게 되었다.

사진 찍어준 것이 고맙다며 식사를 사주신다고 하여 흔쾌히 같이 식당에 갔다. 이상하게 불편하지 않았다. 원래의 나는 사람과의 교류를 힘들어한다. 그래서 타인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뜨문뜨문 사회적인 가면(가식)이 올라오려고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럴 때마다 '이 순간을 즐기자.' '나의 본모습대로 편안하게 행동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만남이 기뻤다. 바쁜 시간에도 본인의 일터인 박물관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가는 길에 생수와 컵과 커피를 쥐어주시며 시간이 없어서 미안하다며 정수기 뜨거운 물을 받아주시던 게 인상 깊었다. 마지막 인사까지 이별을 아쉬워하며 뒷걸음질 치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진 것이 참 재미있었다.

우연히 이런 인연을 만들어나갔다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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