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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무기력증에 빠졌다. 이 현상은 몇번이고 나를 찾아오지만 매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제는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 게임은 즐기며 하기에 좋은 취미이지만, 지금처럼 정신이 혼란할 때 하면 독약이 따로 없다. 더욱 무기력해져서 재미있지도 않은데 계속해서 게임만 하게 된다. 늦은 밤 잠에 들고, 아침이 되었지만 일어날 힘이 없다. 체력이 없진 않을텐데 일상을 보낼 기력을 단지 일어나는 것 하나에 전부 소진해버린 느낌이다. 잠이 오지 않지만, 알람을 미루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할 일은 분명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단순한 쾌락만 쫓게 된다. 눈꼽이 잔뜩 낀 뿌연 눈으로 유튜브 이것저것 눌러보다 잠마저 깨버렸다. 누워있는 게 더 이상 편하지 않다. 온몸이 쑤시지만 참고 참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더보기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같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합스부르크 전시때와는 달리 이번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은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그림마다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찾아보지 않고 사전지식 없이 가볍게 관람하였다. 관람 후 총평을 먼저 말하자면, 전시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볼 기회가 있다면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나의 애인 핑크도 미술, 예술, 전시에 관심분야가 없고 단지 나를 따라 왔지만, 몇몇 작품에서 엄청나다는 호평을 하기도 했다. 사진이 존재하기 전에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그림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표현력이나 옷감의 재질 및 광택 등에 눈을 크게 뜨게 된다. 캔버스 안에 담긴 정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누가 봐도 멋진 그림, "와 이걸 어떻게 .. 더보기
8월의 책갈피 웃기게도 느긋하게 사는 걸 좋아하면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약간의 불만이 있다. 쉽게 말해 작업물에 시간을 쏟진 않으면서 하늘에서 뚝하고 완성품이 떨어지기를 바란다. 머릿속에서의 나는 아주 바삐 움직이기 때문인 걸까? 갖가지 아이디어를 실천하고도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머리와는 달리 육체는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처럼 고요하고 평온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나는 한량이다. 오래전 어른들에게 우리 가문의 사람은 한량이라 유유자적하게 사는 걸 좋아했다고 들었다. 그거야 일을 하지 않아도 놀고먹을 수 있는 정도의 부가 있다면 누구나 그렇겠거니 하지만, 스스로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는 나도 그렇다. 근무 외의 다른 시간에는 자연에서 사색을 즐기고 느긋하게 작은 취밋거리를 하면서 부와 명예 같은 욕.. 더보기
오펜하이머, 2023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 각본을 맡은 오펜하이머를 상영 첫날인 8월 15일 광복절에 관람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좋아해서 꼭 아이맥스로 보려고 했는데, 오래전부터 매진이라 아쉽게도 일반관에서 관람했다. (전날 저녁부터 조조 아이맥스 취소표를 노렸지만 취소는커녕 일반관까지 매진되는 걸 보면서 이번 영화의 인기를 실감했다.) 영화는 3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가는 연출로 관람 후 약간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집중하며 보게 만든다. 지금껏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처럼 관람 후에 ‘?????’로 끝나서 토론의 장이 열린다거나 풀리지 않는 궁금증으로 인해 다시 영화관람을 할 것 같진 않으나, 원자폭탄 개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물들 특히 과학자들의 스토리나 기술개발에 대한 부분으로 아는 만.. 더보기
읽기에 거리가 먼 사람이 서점에 방문하는 것 우리 집엔 커다란 책장이 있었다. 그 안에 백 권이 넘는 동화전집에도 나는 좋아하는 책 몇 권만 돌려 읽는 아이였다. 펼치면 쩍쩍 소리가 날 정도로 날 것 그대로였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내가 읽는 5권 남짓한 책들은 닳고 닳아 책등만 봐도 찾아낼 수 있었다. 조금 더 자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에 빠져 본 걸 보고 또 보고 하도 많이 읽은 탓에 책등까지 뜯어져 책이 낱장으로 분리가 될 만큼 읽었다. 하지만 난 누군가 신화 속 등장인물에 대해 물으면 이름과 내용을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다. 응, 나는 조금만 긴 문장이 나오면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지 않고 후루룩 훑어본 뒤 어림짐작으로 넘겨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음악을 들을 땐 가사가 아닌 리듬에 몸을 맡기고, 일본 애니메이.. 더보기
방아간 교토에서 신나게 놀았더니 눈가에 색소침착과 더불어 얼굴이 씨꺼매졌다. 피부과에 다녀왔고 처음으로 토닝을 받았는데, 딱 점 빼는걸 얼굴 전체에 받는 느낌이었다. 피부과는 백화점 근처에 있어서 간김에 백화점 이곳 저곳 구경하는데, 딱히 살 게 없어도 늘 가는 루트를 돌아다니는 내가 참 웃겼다. 아아 아이쇼핑은 정말이지 즐겁다. 더보기
멋진 척을 안해서 좋다고? 누군가 어떤 책을 추천해줬다. 많고 많은 자기개발 서적 가운데 왜 이 책을 추천해주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자 돌아 온 답변은 솔직하고 대담한 글에 있다고 했다. 다른 글 처럼 있어보이는 척, 멋진 척 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그 날 큰 수확을 얻은 느낌을 받았다. 일기를 오래 써왔지만 글을 쓰는 것은 일기와는 달리 자주 막히곤 한다. 잘 써야한다는 압박감과 남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비웃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때문에 말이다. 또 아주 멋지게 또는 있어보이게 쓰고 싶어서 여러 번 읽어보고 훗날 다시 고쳐 쓰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애정이 가지 않는 글이 만들어 지곤 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그런 멋진 글을 써야 하겠지만,.. 더보기
물놀이와 주말 여름방학 주말 동안 남원에 다녀왔다. 이번 테마는 물놀이! 계획에 맞게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물놀이를 하며 보냈다. 어느 날 문득 언니가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여름이 되기 전 우연히 계획에 없던 뱀사골에 올라가 발을 담그고 놀았는데 그때 잊고 있던 물놀이에 대해 생각이 났다. 그때 올해 기회가 된다면 튜브를 낀 채 물에 몸을 푹 적시는 물놀이를 하자고 약속을 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뜨문뜨문했던 것도 같은데 그럼에도 최도 5년은 지난 것 같다. 물놀이 장소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짐을 풀고 지쳐버렸다. 당떨어져서 급하게 밥을 먹고 나니 나른해져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력을 소진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어찌어찌 쉬면서 소화를 시키고 물장구 한번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