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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거리가 먼 사람이 서점에 방문하는 것 우리 집엔 커다란 책장이 있었다. 그 안에 백 권이 넘는 동화전집에도 나는 좋아하는 책 몇 권만 돌려 읽는 아이였다. 펼치면 쩍쩍 소리가 날 정도로 날 것 그대로였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내가 읽는 5권 남짓한 책들은 닳고 닳아 책등만 봐도 찾아낼 수 있었다. 조금 더 자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에 빠져 본 걸 보고 또 보고 하도 많이 읽은 탓에 책등까지 뜯어져 책이 낱장으로 분리가 될 만큼 읽었다. 하지만 난 누군가 신화 속 등장인물에 대해 물으면 이름과 내용을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다. 응, 나는 조금만 긴 문장이 나오면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지 않고 후루룩 훑어본 뒤 어림짐작으로 넘겨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음악을 들을 땐 가사가 아닌 리듬에 몸을 맡기고, 일본 애니메이.. 더보기
방아간 교토에서 신나게 놀았더니 눈가에 색소침착과 더불어 얼굴이 씨꺼매졌다. 피부과에 다녀왔고 처음으로 토닝을 받았는데, 딱 점 빼는걸 얼굴 전체에 받는 느낌이었다. 피부과는 백화점 근처에 있어서 간김에 백화점 이곳 저곳 구경하는데, 딱히 살 게 없어도 늘 가는 루트를 돌아다니는 내가 참 웃겼다. 아아 아이쇼핑은 정말이지 즐겁다. 더보기
멋진 척을 안해서 좋다고? 누군가 어떤 책을 추천해줬다. 많고 많은 자기개발 서적 가운데 왜 이 책을 추천해주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자 돌아 온 답변은 솔직하고 대담한 글에 있다고 했다. 다른 글 처럼 있어보이는 척, 멋진 척 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그 날 큰 수확을 얻은 느낌을 받았다. 일기를 오래 써왔지만 글을 쓰는 것은 일기와는 달리 자주 막히곤 한다. 잘 써야한다는 압박감과 남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비웃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때문에 말이다. 또 아주 멋지게 또는 있어보이게 쓰고 싶어서 여러 번 읽어보고 훗날 다시 고쳐 쓰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애정이 가지 않는 글이 만들어 지곤 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그런 멋진 글을 써야 하겠지만,.. 더보기
물놀이와 주말 여름방학 주말 동안 남원에 다녀왔다. 이번 테마는 물놀이! 계획에 맞게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물놀이를 하며 보냈다. 어느 날 문득 언니가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여름이 되기 전 우연히 계획에 없던 뱀사골에 올라가 발을 담그고 놀았는데 그때 잊고 있던 물놀이에 대해 생각이 났다. 그때 올해 기회가 된다면 튜브를 낀 채 물에 몸을 푹 적시는 물놀이를 하자고 약속을 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뜨문뜨문했던 것도 같은데 그럼에도 최도 5년은 지난 것 같다. 물놀이 장소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짐을 풀고 지쳐버렸다. 당떨어져서 급하게 밥을 먹고 나니 나른해져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력을 소진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어찌어찌 쉬면서 소화를 시키고 물장구 한번치고.. 더보기
뚝딱뚝딱 미싱 일기 정말 오랜만에 바지를 만들었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하루종일 시간을 들여 완성했는데 여름에 입기 시원하고 무척 마음에 든다. 하지만 레시피없이 뚝딱뚝딱 만들다보니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기장! 대충 예상은 했으나 대폭 1마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애매하게 짧은 기장이 되어버렸다. 한정적인 자원으로 만들게 되어 생긴 다른 미흡한 점은 밸트부분이 짱짱하지 못한 것. 간신히 고무줄만 들어갈 정도로 접어서 박았더니 잠옷바지의 느낌이 난다. 다시 수정하여 보완할 예정이다. 더보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2023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방문기 슬렁슬렁 구경하고, 좋아하는 작가 포스터 2~3장만 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산처럼 쌓여있는 스티커와 엽서들의 향연~ 오뎅나라 야채군단 귀여워서 제일 먼저 뽑기 열고 헐레벌떡 찍었더니 주인공이 됐네 하하 아크릴 키링 안 좋아해서 본품 사진은 찍지도 않았으나 알면서도 산 이유는 귀여움 하나.. 이렇게 되어있는데 어떻게 뽑기를 안 해요. 사람이 너무 많고. 봐야 할 부스도 많고. 시간과 체력이 한정적이라 사진 찍을 여유가 거의 없었으나 이건 너무 귀여워서 카메라를 켜게 만들었음. 다른 디자인, 일러스트 관련 페어는 몇 번 가보았는데 서울일러스트페어는 처음인 것 같다.(아마도) 정말 그림 잘 그리는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팔로우해 놓고 매번 그림 감상하던 작가님들을 실제.. 더보기
신기한 만남과 인연 업무전화를 하며 또 다른 업무를 처리하러 가던 중에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사진 한장 찍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의 말에 중요한 통화 속 목소리는 뭉개져버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짜증 났을 일이다. 그런데 도움을 청해오던 이가 이상하게도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잠시만요." 라는 말과 함께 업무 전화를 마치고 그분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했다. 엄마와는 연령대도 다르고 엄마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것 같지도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엄마가 혼자서 누군가에게 부탁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친절하게 부탁을 들어드리고 싶었다. 숲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찍어달라는 말이 공감이 되었다. 잘 찍어주려고 노력했다. 숲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니까. 여러 장 찍.. 더보기
뒤늦게 떡볶이 내 주변엔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어릴 때부터 방과 후 컵떡볶이는 국룰이었다. ‘씁하씁하‘거리며 소스인지 부은 건지 구분이 안 가는 빨간 입술로 떡볶이를 섭취하는 열정적인 떡볶이 인간들 사이에 나는 홀로 순대꼬치를 먹는 인간이었다. 사람은 시간이 변함에 따라 같이 변화한다. 특히 음식취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쉽게 변한다. 그렇다. 내가 떡볶이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많고 많은 떡볶이 인간들 사이에서 굳게 떡볶이는 안된다며 칼 같았던 나는 주말에 버스를 타고 두끼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도 두끼를 먹고 싶은데 너무 더운 날씨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무려 슬픈 감정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떡볶이를 좋아하게 되다니.. 그동안 만인의 음식인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대표자로써 .. 더보기